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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이라 오랜만에 찌개를 하기로 했다. 고추장 양파는 있고, 두부, 소세지. 또 뭘 넣어야 되더라? 우선 소세지를 사러 갔는데, 먹음직스럽긴 한데 어찌나 비싼지. ‘Low Price!’라고 큰 딱지 붙어 있는 게 여섯 덩이에 6불이나 한다. 그래도 사과가 들어갔대나 어쨌대나. 맛있어 보여서 큰 맘 먹고 카트에 넣는다. 찌개를 아주 푸짐하게 끓여야겠다. 뭔가 재료를 더 넣었으면 좋겠는데. 두부를 집어들자마자 아, 호박! 했다. 호박이 조그만했지만 혼자 먹는 거니까 하나면 됐다.

알록달록 치즈며 소스들 사이로 카트를 밀면서 더 넣을 게 없나 생각해 본다. 이거면 충분한데, 신나서 욕심 나는 거구나. 갑자기 아내 마음을 알 것 같아 짠해진다. 맛있는 요리를 하려고 준비할 때는 이렇게 신나고 기대되는구나. 맛이 생각대로 안 나거나 모양이 안 예쁘면 그래서 속상하구나.

요리가 수고스럽다고만 생각했을 때보다, 요리에 대한 아이같은 기대감을 느끼고서 오히려 마음이 저릿한 것은 요리해 주던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라서 여린 곳을 느껴서일 것이다. 요리나 육아가 즐거운 동시에 무거운 의무인 것은 틀림없고, 그래서 일상적으로 감사를 하면서도 미안함과 부담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마비되었 것 같다. 내가 즐기지 못했던 일을 다른 사람이 즐길 거라고 어떻게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요리 맛이 생각 같지 않거나 모양이 미울 때 속상한 것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그 신나던 기대 때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감사의 깊이는 내게 오는 이득의 크기도, 상대방이 감수하는 희생의 크기도 아닌, 진심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비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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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운 대게미 짓고기쁨과환희로가득할때근 는날이스쳐갈때

    2012/05/08 10:43 [ ADDR : EDIT/ DEL : REPLY ]

뇌과학도의/총론2012/01/02 05:24

뇌과학으로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정신에 우리의 의식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를 취하여, 의식으로 우리 정신을 모두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정신의 물질적 기반 -- 정신 자체와 질적으로 매우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 -- 을 굳이 연구할 필요가 없다. 물질적인 세부에 관계 없이, 의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유의미한 만큼 충분히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예컨대 게임에 중독되면 게임 하고 있는 자신이 싫으면서도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 나쁜 남자/여자가 좋아지면 그 상황이 자신을 갉아먹더라도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

정신은 몸이며, 의식보다 크다고 말한 니체의 말은 정말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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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식의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  삭제

    2012/01/02 05:29TRACKBACK FROM 세상 끝에서의 만남

    '뇌는 의식 작용을 하지 않는다.' 뇌 과학의 함정: 인간에 관한 가장 위험한 착각에 대하여 지은이 알바 노에 상세보기 최근에 발매된 '뇌과학의 함정'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팔/다리, 심지어..

  2. 물질의 정신성  삭제

    2012/01/02 05:29TRACKBACK FROM 세상 끝에서의 만남

    *'의식의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에서 제기한 문제, '물질에 대한 선입견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에 대해 짧게 정리할 기회가 있어 아래에 추가한다. 정신이 신경, 즉 물질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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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도의/총론2011/08/21 23:19

고향에 내려와 중고등학교 때의 짐을 정리했다. 보기만 해도 몸이 간질거리는 쑥스러운 기억들이 상자 두 개에 담겼다.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면 가끔 의아해진다. 그렇게 넓은 세계를 펼쳐내는 정신이 이렇게 작은 몸 속에 들어 있다니. 이 작은 몸이 그 많은 것의 원인이라니.

지루할 수조차 있었던 긴 시간도 그렇게 상자에 몸을 비집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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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질의 정신성  삭제

    2011/08/21 23:30TRACKBACK FROM 세상 끝에서의 만남

    *'의식의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에서 제기한 문제, '물질에 대한 선입견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에 대해 짧게 정리할 기회가 있어 아래에 추가한다. 정신이 신경, 즉 물질적 현상을 통해 설명됨을 철저히 믿을수록, 주관적 감각이 물질적 현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역설'에 처하게 되지요.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것은 생명 속의 물질'이라는 이 말을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신에 대해 유물론자가 될수록, 물질에 대해..

  2. 의식의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  삭제

    2011/08/21 23:30TRACKBACK FROM 세상 끝에서의 만남

    '뇌는 의식 작용을 하지 않는다.' 뇌 과학의 함정: 인간에 관한 가장 위험한 착각에 대하여 지은이 알바 노에 상세보기 최근에 발매된 '뇌과학의 함정'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팔/다리, 심지어 눈/턱을 잃더라도 의식은 남지만, 뇌를 다치는 경우 확실히 의식의 전부/일부는 손상받기에, 대부분의 현대 과학자는 뇌가 의식 작용의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완전히 어둡고 조용한 방에서 혼자 꿈을 꿀 때도, 의식 작용이 있고 심지어 보거나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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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나무

    과거의 짐을 정리할 때면 당시의 질퍽질퍽했던 감정들이 떠오르는 게 좋기도 싫기도 한 듯. 아무튼 짐은 한번씩 정리를 해줘야 하는 거 같다. 뭔가 인생의 무게가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니까. ㅎ

    2011/09/02 13:30 [ ADDR : EDIT/ DEL : REPLY ]

딴생각과/기타2011/08/15 19:40

대한항공(1588-2001)에 전화하여 들은 내용입니다. 미국 서부 직행으로, 일반석일 경우입니다. 프레스티지 석 이상일 경우, 스카이패스 회원 등급이 높을 경우, 혹은 미국 동부나 미국 외 지역의 경우 한도가 다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추가 요금을 안 낼 경우

어른 1인당 기본적으로는,
: 23kg 짜리 짐 2개까지 ‘수하물’로 부칠 수 있고,
: 12kg 이하 캐리어 1개 & 노트북 가방 정도 (총 2개) 비행기 안에 들고 탈 수 있습니다 (‘핸드 캐리’).
: 이때 ‘수하물’ 각각이, 서로 직각인 3변의 합이 최대 158cm 인 직육면체 내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 수하물 2개를 합쳤을 때는 3변의 합이 273cm인 직육면체 내에 들어가야 합니다.

2-12세 어린이는 어른과 동일합니다.

2세 미만 유아는
: 10kg이하, 115cm 이하 짐 1개만 부칠 수 있는데 (수하물 혹은 핸드 캐리로)
: 접는 유모차, 운반용 요람, 유아용 카시트 중 1개는 추가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의 경우 비행기 문까지 밀고 가서 타면, 내릴 때 문에서 유모차를 태워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추가 요금을 낼 경우

2세 이상~어른의 경우, 추가 요금을 내고 짐을 더 실을 수 있습니다.
: 기본 짐 2개 각각을 23kg -> 32kg까지로 5만원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 혹은 최대 한도 32kg인 짐 1개를 11만원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짐을 추가할 때는 짐 1개 추가가 업그레이드보다 낫습니다.

2세 미만의 경우 짐 추가는 불가능합니다.


3단짜리 이민 가방을 4개 마련해 두었는데, 크기 규정에 맞추려면 1단밖에 못 펼치겠네요;; 3단을 펼치는 건 선편으로 부칠 때 얘기인 듯. 내일 이사여서 지금까지 3개를 쌌는데, 더위에 땀 한 사발 흘리고 나니 아주 약간 나간다는 게 실감 나려고 하네요. 2주 뒤에 탑승할 때는 6개를 채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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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가 만든 선댄스의 화제작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 2010)'를 보았다. 현대 문명을 패러디하는 예술인 그래피티가 그 스스로 산업화되는 과정에 대한 논픽션으로, '부정의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빈티지 의류 판매상인 티에리는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을 캠코더에 담곤 한다. 그러던 티에리가 우연히 거리의 예술가들의 세계에 매혹된다. 거리의 예술가란 공공장소에 낙서를 남겨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낙서들은 무의미한 것에서 정치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낙서가 불법이기 때문에 거리 예술가들은 주로 한밤에 아무도 모르게 활동하는데, 티에리는 열정적으로 이들을 쫓아다니며 작업을 필름에 담는다.

그러던 티에리가 숱한 실패 끝에 거리 예술가 계의 전설인 뱅크시를 만나고, 기록하고, 돕게 되면서 티에리의 작업은 꽃을 피우는 듯하다. 뱅크시는 팔레스타인 '통곡의 벽'에 풍선을 쫓는 소녀의 모습을 남기거나, 9/11 추모일을 앞두고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의 모습을 디즈니랜드에 걸어놓고 사라지는, 거리 예술계의 로빈 후드이다. 함께 작업하는 극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누구도 그의 실제 정체나 행방을 알지 못한다. 뱅크시 일당은 작업이 끝나면 현장에서 사라져야 하고, 작품도 그 특성상 금방 지워져 버리기 때문에, 작업과 그에 대한 반응을 기록해 주는 티에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뱅크시의 작품들
출처: Banksy.co.uk / hypebeast.com

그러나 뱅크시가 티에리에게, 이제까지의 기록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영화적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의미한 나열 - '집중력 결핍 환자가 900개의 채널을 랜덤으로 돌리고 있는' - 광경일 뿐이었던 것이다. 뱅크시는 티에리에게, 영화 말고 다른 작업을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하는데, 티에리가 이것을 스스로의 작품 활동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에리는 '뱅크시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큰 쇼를 준비한다. 거대한 빈 빌딩을 빌려서 모든 방을 수천 개의 자작 '거리 예술'로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20명의 직업 미술가들을 고용해 기존의 거리 예술을 살짝만 변형해 반복하는 공장을 차리고, 수 개월에 걸쳐 밤낮없이 작업한다. 마지막에는 예전에 촬영 작업을 하는 동안 가까워졌던 - 뱅크시를 포함한 - 유명한 거리 예술가들에게 '추천사'까지 받아 홍보에 활용한다. 결국 LA weekly 1면에 기사가 실리고, 전시회는 첫날 4000명이 방문하는 기록적인 성황을 이루며 두달 반 동안의 연장 전시 동안 백만여 달러를 벌어들기에 이른다.

여기서 기존의 거리 예술가들은 혼란에 빠진다. 티에리가 하고 있는 것과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티에리가 하고 있는 일 - 거리 예술을 베낀 다음, 그것이 팔리기를 거부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비틀어' 천문학적인 값에 팔아 넘기는 - 은 또하나의 패러디, 그들과 같은 예술 활동인가?

뱅크시와 함께 일하는 작가는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티에리는 멍청이예요. 하지만... 이제는 뭐가 농담인지, 농담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나는 티에리가 하는 일과 다른 거리 예술가들이 하는 일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농담거리와 농담 사이의 차이이다.

티에리는 스스로 말한다. '현대 예술이란 단지 세뇌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제 별명도 세뇌 씨 (Mr. Brainwash) 라고 붙였죠.'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성공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집을 저당잡히기까지 한다. 또 그는 전시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부르고, 홍보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그는 자기 작품의 값을 중개상에게 직접 부르면서, '마음대로 불러도 값이 되니 노다지가 따로 없죠.'라고 서슴없이 말하기까지 한다. 이런 모습은 전시의 내용이 휘발성을 생명으로 하는 그래피티라는 점에서 특히 모순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티에리로 인해 우리가 현대 예술의 모순을 깨닫게 되었지 않은가? 휘발성을 모토로 내세우면서 슬그머니 상업화를 노리는 현대 예술의 부정직한 작태를 거부하고, 아예 노골적으로 상업성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현대 예술 자체에 대한 풍자를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점에서 티에리는 메타-패러디스트, 혹은 한 차원 높은 예술가가 아닌가?

그러나 답은 '아니오' 이다. 결정적으로, 티에리는 스스로가 모순이라고 지적하지 않는다. '전시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어요.. 그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여요..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라고 만족해 할 뿐이다. 모순이 의도한 것이었다면, 티에리가 정말로 만족해 해야 할 반응은 '당황'이지 '행복'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를 본 뒤 우리가 얻은, 현대예술에 대한 깨달음은 도대체 누구 덕분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대상이 아닌 그 대상을 보는 눈, 영화의 소재인 티에리가 아닌 영화 감독 뱅크시이다. 그들의 차이는 바로 '농담거리'와 '농담가'의 차이이다. 패러디스트는, 따라서 예술가는, 뱅크시이지 티에리가 아니다.

농담거리 아닌 진짜 농담은, 뱅크시의 홈페이지에 있는 'Shop'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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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에 있는 무엇이든 개인적 용도를 위해 마음대로 받아가십시오. 하지만, 당신의 작품이나
상품을 만든 다음 그것이 '공식적인' 혹은 진짜 뱅크시 작품이라고 알리는 것은
나쁘며 매우 잘못된 행동입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으로 엽서, 머그 잔, 벽걸이 그림 등을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않습니다.
뱅크시는 그의 작품을 팔고 있는 그 어떤 상업적 갤러리들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 등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불평과 제안:

해충방역과@구글메일.com"

Posted by 인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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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 해 전주영화제에 본 작품 중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즐거운 기억입니다.
    그리고 쥐그림과도 관련이 있어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

    2011/08/09 08:48 [ ADDR : EDIT/ DEL : REPLY ]
    • 함께 재밌게 보신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 저도 아, 그 쥐구나 했더랬죠..ㅎ

      2011/08/12 19:04 [ ADDR : EDIT/ DEL ]
  2. "따라서 예술가는, 뱅크시이지 티에리가 아니다."
    너무 단정지은 듯한 문장입니다. 티에리처럼 뭔가에 미쳐서 '정신병자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일부 예술가들이 하는 일이 아닌가요

    2012/05/07 21:18 [ ADDR : EDIT/ DEL : REPLY ]